잡지식 잡스킬 첫 번째 얘기는 내가 직접 경험한 보이스피싱 얘기다.
어느 누구도 이제 이런 나쁜 범죄에 당하지 않길 바라고, 흉악하다 못해 이런 최악의 범죄집단이 없어지길 바라며 이 글을 적어본다.
인생 살면서, 법무팀에도 근무했었고, 회계세무일도 했었으며, 재무총괄도 했었던 내가, 이런 것을 당하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지, 생각은 했었지만, 그런 건 정말 일반인들, 아줌마나 평범한 가정주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거라서, 그렇게 많이들 속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내가 그 전화를 받고 당하다 보니, 와... 이거 왜 사람들이 그 큰돈, 누군가는 평생 모은 돈을 날리는지 실감... 아니, 절감하게 됐다.
정말 천만다행으로, 내가 처한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1. 나는 업무용으로 쓰는 전화기 한대와, 개인(가족 간)적으로 쓰는 전화기 한대, 두대의 전화기를 가지고 있었다.
2. 평소에 보이스피싱을 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 나는 사연을 읽고, 분개한 적이 많았다. (공감대 형성?)
지금도 생각에, 만약 내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을 때, 전화기를 두 개 갖고 있지 않았다면, 큰일이 났을까? 생각하기도 한다.
2022년 봄 정도였던듯하다. 나는 업무상 낮에는 사무실에 혼자 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서 "OOO 씨 시죠?" 라며 걸걸하고 거친 숨소리의 남자음성이 들렸다.
처음 보는 번호였기에, 경계심에 상시통화녹음이 켜져 있는지 확인하고 말을 이어갔다.
맞다고 하자, 대뜸 "딸 OO를 데리고 있다, 말을 안 들으면 ~~~" 너무 단도직입적이어서 처음엔 이게 뭔가 싶었다.
그런데, 전화를 바꿔준다더니 울먹이는 목소리로 (딸과 정말 비슷했다) "아빠 이 아저씨가~~~" 하는 게 아닌가.
순간,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과 상체의 피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당황하고 화는 나는데 막대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으로 대화를 이어가자, 그자는 요구사항을 읊기 시작한다.
"지금부터 전화 끊으면 경찰신고로 간주하고 ~~~ 큰일날줄 알아"라는 식으로 전화를 못 끊게 한다.
나는 그 정신없는 와중 속에서 상황파악을 하고 정신을 차리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 주변에 누군가라도 있었다면, 무슨 일인가, 나의 이상한 통화와 행동들을 보고 나를 정신 차리게 해 주었을 텐데... 아쉽게도 나는 사무실에 혼자였다.
그때, 나는, 예전에 읽었던 보이스피싱 기사에서 2개의 폰이 있어서 다른 하나로 가족의 안부를 물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그리고 사무용 핸드폰으로 딸에게 전화했더니, "아빠 왜?" 라며 평온하게 전화를 받는 게 아닌가.
아...! 이놈들이 그놈들이구나! 했다. 순간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를 생각해 보고 그자에게 이렇게 했다. (이전 통화했던 떨리는 목소리 그대로) 내가 돈을 뽑으러 갈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 여기 강남역이다. 그러자 그자는 기고만장하게 어떻게 해라, 요구하는 돈은 2천만 원이었던 것 같다. 쇼핑백에 담아서 몇 번 출구로 와라, 몇 분 걸리느냐. 그동안 끊지 마라. 끊으면 알지? 이런 식이었다.
나는 그자를 안심시키고, 그자가 내가 뭘 하는지 듣지 못하도록 전화기의 음성차단버튼을 누르고, 사무용 전화기로 112 경찰신고를 바로 했다. 여경이 받았고, 강남역으로 형사들을 바로 보내겠다고 한다.
아마도 금요일이었던 것 같다. 신논현역에서 강남역 가는 길은 사람들로 꽉꽉 차있었다. 그 인파를 헤치며 나는 강남역으로 걸어가며 그자를 안심시키고 그놈들의 지속적인 협박, 지시사항을 들어줬다. 일부러 헉헉 숨차하면서 말이다.
강남역에 도착해서 수많은 사람들 중에 형사들을 겨우 만났고, 대략 4명 정도가 나온 것 같다. 모두 뿔뿔이 있어서 다 보진 못했으나, 얼마나 안심이 되고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다 왔다. 어디냐.라고 그자에게 묻자, 대뜸 한다는 소리가, 종이백에 담아둔 출금한 돈을 사진 찍어 보내라는 게 아닌가.
나는 구글 이미지에서 종이백 오만 원권 검색해서 사진이 있길래, 그걸 다운로드하여 보냈다.
그리고 기다렸다.
형사들 중에 대장이 꽤 지루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전화기로 유인하고 있다고 말하자, 대충 얘기를 들은 형사 중 대장인듯한 분이, 얘기한다.
"들어보니, 아마도 여기로 보낼 수거책도 알바를 고용할듯하다. 그리고 얘기하는 거 보니 눈치를 챈듯하다. 만약 그 알바를 잡아봐야 그 보이스피싱범을 잡기는 힘들다." 라며 나에게 이쯤에서 그만할 것을 얘기했다.
대략 시간을 보니, 걸어오는데 10분남짓, 강남역에서 20분 남짓을 보냈다. 그 천벌 받을 놈도 아마도 눈치를 챈듯하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형사의 대장에게 전화기를 넘겼다.
지금 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형사분께서 마치 영화 속의 마동석처럼, "시원"하게 욕과 경고, 일침을 날려주셨다.
그리고 출동해 주신 형사분들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헤어지기 전, 형사님과 여러 얘기를 하다 보니, 보이스피싱범들이 정말 조직화돼 있고, 한둘이 아니고, 점조직처럼 정말 개미떼처럼 움직이고 남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경우처럼 여자들도 많이 섞여있단다. 아이목소리를 맡은 젊은 여자부터 할머니까지 다양하고, 나이, 성별, 국적을 불문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서 이런 경우는 너무 많이 봐왔다고 한다.
게다가, 내 딸의 이름, 학교, 사는 곳까지 알고 전화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이라고 한다.
와... 이런 천인공노할 자들이 있을까. 나는 그때 이일을 겪고 나서, 정말 사회문제일정도로 심각하구나... 이런 것으로 피해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 것이며, 그 피해를 어떻게 복구할까... 심적, 물적, 경제적으로도 너무 큰 피해일 텐데...
형사님들은 수거책을 잡아보기도 했지만, 실제로 숨어서 이런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는 그런 자들을 잡기는 정말 힘들다고 한다. 참... 경찰일도, 형사일도 쉽지 않겠다 싶었다. 얼마나 수많은 더러운 범죄들을 많이 볼까... 얼마나 마음이 강해야 형사라는 저 일을 해낼까 싶었다. 참 고맙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고...
세상엔 나쁜자들이 너무 많다. 전화를 건 그 남자도 그렇지만, 목소리를 흉내 낸 그 여자는 참... 대체 어떤 인생이길래 그런 극악 무도한 짓을 아무렇지도 않게 조직적으로 하는 것일까.
세상에 흉악하고 나쁜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느 정도는 알려주고 경각심을 깨워주기 위해, 교육도 필요하겠다 싶었다. 앞으로는 모든 게 디지털화되어 가고, 디지털범죄가 기승을 부릴 텐데, 이런 천인공노할 자들을 하나님이 가만히 놔두실까? 그렇게 의미 없고 사회에 도움은커녕 암적인 존재들로 해악만 끼치며 살아가는 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가능하면 대할 경우도 만들지 않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보이스피싱, 디지털 사기범죄, 나를 속여 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자들을 대하는 가장 좋은 자세는.
어떤 경우에 처하더라도(호랑이 굴 속에서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이성적인 상황판단을 하려고 노력하며,
어떤 행동을 할 때는 원리 원칙대로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원리 원칙을 지키지 않아, 인생의 큰 피해를 입고 일어서기 힘들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꼭 보이스피싱의 경우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그 원리원칙이라는 것이 사실,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테두리를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내가 당했던, 그리고 당하면서도 어떻게 잘 빠져나올 수 있었는지 경험담을 가끔 이곳에 적어보고, 만약 누군가가 읽는다면, 내 경우도 거울삼아 절대 나쁜 일을 당하지, 만나지도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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